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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국민은행] 국내 첫 'IT 점포'…국민은행은 혁신을 얻을 수 있을까

dev.wookii 2020. 4. 24. 10:29

"KB 국민은행, 국내 첫 'IT 점포'…국민은행은 혁신을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은행 여의도 IT점포 '인사이트', 국민은행이 지난 10월25일 여의도 광복회관 2층에 만든 'IT 점포'의 공식 명칭은 '인사이트'(Insight)이다. 인사이트의 영문 첫글자와 마지막 글자를 조합해서 'IT 점포'지만 다양한 중의적 의미를 지녔다. 

 

업종을 불문하고 우리 사회에서 '인사이트'라는 단어가 가지는 함축성은 매우 깊고 넓다. 국민은행이 IT점포를 통해 얻고싶은 인사이트는 과연 어떤 것일까?. 오픈한지 한 달여가 지난 시점인 지난 27일 오후, 국민은행 여의도 IT점포를 찾았다. 막상 방문해 보니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는 여러가지 면에서 긍정적인 영감을 많이 받았다. 물론 ‘만만치않은 비용을 들여 IT점포를 왜 만들었을까’하는 의구심은 아직 남아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의구심은 당연한 것이다. 국민은행의 ‘IT점포’는 혁신의 결과물이 아니라 이제 혁신을 보다 직관적으로 찾아보자고 만든 도전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숨어있는 혁신을 찾기위한 국내 은행권 최초의 ‘실전용 테스트 베드’, 국민은행 ‘IT점포’를 둘러보고 받은 인상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IT점포 방문에서 인상깊었던 것 중 하나는 넓은 창문을 통해 객장안으로 가득히 쏟아지는 따스한 햇볕과 여유로움이었다. 고객은 번호표를 뽑아 자기순번이 혹시나 지나갈까봐 초조해하고, 직원은 고객 응대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시키는 것이 혁신인양 쫓기고, 또 그 와중에 혼잡 창구와 비교해 고객 전용 창구는 비대칭적으로 극도로 한산한 여느 일반 은행 점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좋았다. 

 

국민은행 IT점포가 오픈된 이후 지금까지 국내 금융권의 많은 IT 및 디지털 부서의 관계자들이 다녀갔다. 그들이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일일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느낌의 스펙트럼은 꽤 넓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IT 점포’가 품고있는 다양한 가치… 거기에 숨어있는 혁신

 

국민은행 IT점포는 그 명칭이 주는 생경함과는 별개로 의외로 많은 가치들을 품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의외로’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 자체가 어쩌면 이미 'IT'와 '점포'라는 기존의 편견에 사로잡혔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편견을 깨는 것이 혁신의 출발이다. 언뜻 어색해보이지만 그 가치들을 하나 하나 곱씹어보면 국민은행의 ‘IT점포’가 존재해야하는 이유는 나름 충분해 보인다.   

 

먼저, 국민은행의 영업그룹이 아닌 IT그룹 소속 10명을 차출해 일반 점포를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IT 점포’로 불린다. ‘IT 부서가 IT만 잘하면되지 무슨 일반 점포까지 운영하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은행은 더 이상 금융회사가 아니라 IT회사’라는 선언적 의미를 과잉해석한게 아닐까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IT인력이 직접 고객을 상대헤보면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을 훨씬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또한 즉각 서비스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참신하게 본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는 국민은행 내부가 아닌 다른 대형 시중은행의 CIO로부터 나왔다. IT점포가 존재해야 할 이유중 이 부분이 가장 크다고 평가된다. 

 

국민은행은 IT점포 오픈이후 1개월간 약 100건의 크고작은 프로세스 개선 요건을 찾아냈다. 불필요한 프로세스는 없애고,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위험을 막기위한 장치는 더 견고하게 가다듬되 고객불편은 줄였다. 심지어 고객이 직접 터치해 체크해야하는 모니터의 필기감까지도 개선 대상이다.    

 

이와함께 IT직원들이 실제로 일선 점포 근무를 지원했을 경우, 현장의 업무 적응력을 미리 경험하는 차원에서도 IT점포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민은행 ‘IT점포’는 일반 은행점포에 비해 월등하게 혁신적인 ICT 기술이 집약됐다. 그런 의미에서 'IT 점포'로 불린다. 그러나 요란하게 ICT 장비로 치장하지는 않았다. 이 IT점포는 어쩌면 국내 은행권  미래 점포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예를들어 IT점포 객장에 들어서는 고객의 얼굴을 인공지능이 분석해 성별, 감정(행복, 놀라움, 우울 등)을 파악해 직원들의 모니터로 정보를 제공해 상담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 또한 은행 업무의 80% 이상을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셀프존'을 운영하고, 웬만한 금융정보는 키오스크 스크린을 통해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현재 금융권에 나온 ICT기술들이 망라돼있다. 

 

다만 ICT기술이 망라된 점포라고해서 그 자체로 감동을 받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부분은 조심스럽다. 7~8년전 국내 은행권에선 ICT에 기반한 '스마트 브랜치'(Smart Branch) 광풍이 불었지만 실패로 끝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선 지금도 ‘스마트 브랜치 트라우마’라고 표현한다.  혁신의 완결은 결국 비즈니스 성과다. 국민은행도 당시 서울 여의도 IFC에 스마트 브랜치를 개설했지만 얼마못가 셧터를 내렸다. 

 

물론 이번에 개설한 국민은행의 IT점포는 '스마트 브랜치'의 시즌2가 아니다.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이젠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뱅킹이 90%를 처리하는 시대, 비대면금융이 대세로 굳어진 시대다. 국민은행이 ICT 기반의 점포 혁신 모델을 찾기위한 노력은 하겠지만 이 IT점포를 전국으로 확산시킬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한편 국민은행 IT점포는 일반 고객이 아닌 핀테크 기업들을 주 타깃으로 한 영업을 한다는 점에서 'IT 점포'로도 불린다. 일단 IT점포의 정체성에 부합해 보인다. 

 

국민은행측은 스타트업 위주의 핀테크 기업들 보다는 실제로 업력도 있고, 회사의 규모도 있어 실제로 비즈니스 파트너, 기술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기업들을 IT점포를 통해 확보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직원들이 가진 IT 지식과 노하우를 십분활용하겠다는 전략인데, 어느정도 효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IT점포를 책임지고 있는 방기석 인사이트 지점장은 “실제로 점포 오픈 이후, 관련한 IT기업들로부터 방문과 상담 문의가 오고 있다”고 밝혔다. 방 지점장은 “방문한 핀테크 기업 담당자와의 상담을 통해 기술의 시장성을 검증하기도하고, 부족한 부분은 조언도 드리고 있다며 “까다로운 보안규정때문에 직접 은행의 IT센터를 방문하기 어려운 기술기업들이 IT점포에서 필요한 상담을 대부분 처리하니 상당히 만족해 한다고 소개했다. 

 

또 국민은행 IT그룹의 업무 개발 테스트를 일선 점포에서 원활하게 지원한다는 점에서 ‘IT점포’로 불린다. 국내 금융권 IT부서 실무자들에게는 어쩌면 이 부분이 가장 혁신적으로 느껴질 듯하다. 국민은행 다른 점포는 정상 운영하고, IT점포에 집중해 테스트가 가능하도록 했다.  

 

금융회사가 새로운 솔루션을 업무에 적용하려면 개발과 테스트 과정은 필수다. 특히 영업점 테스트는 가장 큰 애로점이다. IT부서는 개발 테스트를 위해 영업부서와 스케줄을 맞춰야하고, 그때마다 부서간 소통에 적지않은 애를 먹는다. 별거아닌 업무라도 업무 테스트에만 몇개월씩 걸리는 이유다. 국민은행은 업무 개발과 함께 혁신서비스의 실전 적용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쩌면 이 역할 하나만으로도 국민은행 IT점포의 존재 의미는 충분해 보인다.     

 

‘IT점포’ 만든 국민은행, 혁신의지 높게 평가

지난 8월, 국민은행이 IT직원들 만으로 운영되는 IT점포를 만들 것이라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때 들었던 느낌은 사실 냉소에 가까웠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혁신 성과를 내기위해 너무 조급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었다. IT직원들이 고객응대 교육을 별도로 받았을테지만 기존 점포 직원들에 비해서는 부자연스러울 것이고, 또 과거 '스마트 브랜치'의 안좋은 기억도 떠올랐다. 아마도 국민은행 내부적으로도 비즈니스측면에서 IT점포에 처음부터 큰 기대를 갖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국민은행이 IT점포를 오픈시키겠다고 결정한 배경이다. 얼핏 '무모한 도전'처럼 보이지만 IT점포의 오픈은 국민은행 내부의 혁신 의지가 단순히 립서비스가 아니라 실제로 충만하다는 신호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해 1500억원 규모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인 ‘더 케이(K)’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내 은행권에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빅뱅' 방식을 적용하지 않았다. 금융권 일각에선 “주전산시스템으로 IBM 메인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떻게 IT 혁신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이에 국민은행측은 “계정계시스템 성능 중심의 IT 경쟁은 더 이상 의미없는 시대다. 이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중심의 정보계시스템 위주로 혁신하겠다”고 정면 돌파했다.

 

국민은행 안팎에선 이같은 차세대시스템, IT점포 오픈과 같은 일련의 혁신적인 결정에 은행 CIO(최고정보화책임자)인 이우열 대표(IT그룹)의 선굵은 뚝심이 작용했기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비 IT부서 출신 인사로 분류되는 이 대표는 국민은행내에서 기획  영업 등 다양한 현장 경험을 거쳤다. 기존 관념에 얽매이지않는 실용적인 IT 전략을 중시한다. 

 

국민은행의 IT 점포 모델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다른 은행이었다면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금융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에 선보인 'IT점포' 모델이 과연 기대한 만큼의  혁신 성과를 국민은행에 가져다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처 :http://www.fnit.co.kr/news/article/?no=134960